압구정 (2002-03-25)

작성자  
   achor ( Hit: 1991 Vote: 25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지난 주말, 나는 엄청난 일을 해내고 말았다.
그 귀찮음에 내내 미뤄왔던 텍스트 데이터 이전 작업을 해내고 만 것이다.
1996년부터 써왔던 기억의 편린들이 DB 속에 제대로 정돈되어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만족스럽다.

지난 글들을 가끔 읽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살며시 옛 생각들도 나고, 어느새 잊고 있었던 사건들도 눈 앞에 생생히 되살아난다.
내가 그 시절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갔었는지 반추하는 일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다만 이제는 별다른 글을 남겨놓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예전만큼 특별한 사건도 그닥 일어나지 않는 데다가
더이상 글을 쓰는 데에 자신을 잃은 까닭도 있다.

요즘 책을 많이 읽는 ggoob의 모습은 참 보기 좋으면서도 부럽다.
입력이 없기에 출력이 없는 건 당연한 법.
나는 이제 더이상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내 사소한 일기 쓰는 데에도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내게 있어서 슬픈 일이다.



압구정동으로 이사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오늘 신문에 연예인 자주 가는 압구정동 포장마차 세 곳이 소개되었는데
나는 압구정 포장마차에서 이효리나 김지혜를 만나야겠다고 강렬하게 느꼈던 게다.

사실 내가 사는 신림동은 아주 만족스러운 동네다.
외출을 싫어하는 내게 꼭 맞게 공원, 종합병원, 백화점, 할인점, 소방서, 의류할인매장, 음식백화점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공간이 도보 5분 내에 존재한다.
게다가 내가 꿈꾸던, 창밖으로 보이는 지하철도 대충이나마 가능하다.
정말 완벽하다. 이곳 신림5동 1448-28은.

그럼에도 나는 이 만족감을 포기할 각오를 했다.
쌈박걸이 정령 압구정동에 몰려있다면,
나는 나의 만족감을 포기할 수 있다. 불끈! 물론이다! 쌈박걸만 있다면! --+

젊음, 문화의 중심이 압구정이라면 느껴봐야겠다.
시대적 조류를 아는 건 내게 있어서 중요한 문제다.

자.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압구정이라는 정착지를 정했고,
지난 해 겨울 삼성전자에 다니던 시절 이미 충분히 압구정동은 파악해 놨다.

이제 남은 건 돈뿐이다.
이사갈 돈만 모으면 된다. (겨우) --+



나는 오랜동안 노무현을 지지해 왔지만
최근 바람을 일으키는 노무현 신드롬은 나를 당황하게 한다.

나는 노무현을 지지하면서도 그가 대통령이 된다는 상상을 하지 못했었다.
물론 그가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그가 대통령 되는 것이야말로 이인제나 이회창이 되는 것보다 훨씬 더 정당하다.
그는 이인제나 이회창보다도 훨씬 더 정의쪽에 가깝다.

그럼에도 정의로운 진보를 위해 투쟁해온, 투사에 가까운 노무현이
대중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하는 걸 보는 건 꽤나 어색한 일이다.

지금 다소 당황스럽긴 하지만
나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됨으로써 벌어질 그 세상 정의의 구현이 아주 기대된다.
지금 우리에겐 파이를 키우는 일보다 파이를 더 잘 분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가장 잘 해낼 사람은 노무현임을 나는 의심치 않는다.

인권을 유린한 채 파이 키우는 데 급급했던 박정희 예찬론자가 있다면 얼마든지 내게 오거라.
내가 먹여살려 줄테니 네 인권을 내게 다오.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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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