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경기 (2002-06-24)

작성자  
   achor ( Hit: 1005 Vote: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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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빗속에서 펼쳐진 지난 일본과 터키의 월드컵 16강전을 보면서,
나는 바닷가에 가고 싶다는 열망을 가슴 깊이 느꼈다.
어느 핸가 찾았던 용유도, 그 흐린 해변의 모습이 강렬하게 눈 앞에 펼쳐졌던 게다.

그리하여 비오는 날에 용유도에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오늘 비가 내린다.



정신 없던 며칠이다.
월드컵에서의 놀라운 한국 대표팀의 선전으로 내내 정신이 팔려있었는 데다가
처음 겪어본 황당한 사건으로 반성하며 나를 돌이켜볼 큰 계기도 갖게 됐다.

그 어느 날보다도 지저분해져 버린 사무실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나
돌아올 학점을 생각하는 일이나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밀려버린 사무실 임대료를 걱정하는 일은
모두가 나에게 아득하고, 까마득한 일이다.

yahon 자식은 뭘 안다고 타자방에서 타자치고 있는 나를 나무랜다.
나는 최근 나에게 펼쳐진 걱정과 근심, 고통과 슬픔을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다 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한다.
자포자기할 시간 있으면 차라리 일을 해라.

내심 어이없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놀랍고, 또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 주위의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 느낌이다.
심지어 나 조차도 내 의지대로 행동하고 있지 못한 것 같아 답답하다.

월드컵 4강.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이 엄청난 사건에 나 또한 사람들과 열광하고 있으면서도
내심 공허해진다.

나는 내게 물어본다.
우리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하여 진정 너는 행복한가.
나는 그렇다고 쉽게 답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마냥 기쁘고, 행복하면서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기쁨, 이 행복감은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정말 너는 행복한가, 반문하면 돌아오는 건 어딘가 비어있는 행복감뿐이다.
이 행복감 속에 내가 없음을 발견한다.



그러나 나는 철저한 운명론자로서 슬픔에 슬퍼하지 않고, 괴로움에 괴로워하지 않는 장점을 타고 났다.
내 부모님은 참으로 나를 잘 키워주셨다. 아주 만족한다.

나는 모든 것을 용서하기로 하였다.
내 운명의 흐름일 뿐이라면 내게 닥치고 있는 원치 않는 불행들을 나는 용서할 수 있겠다.
다소 억울하기도 하고, 다소 화나기도 하지만
뭐 어떠리.
그저 삶의 좋은 경험들을 하나하나 쌓아나가고 있다는 데에 만족한다.

요 며칠 몸이 아주 안 좋았다.
내내 입 안에서 피가 흘러 나왔었다.
그리하여 월드컵 4강 기념파티도 참석하지 못했고, keqi의 소중한 무대공연 또한 참석치 못하게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월드컵 결승 진출 기념파티나 keqi의 더 커다란 공연에 참석하면 될 테니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슬픈 논조의 글을 읽는 것은 썩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강인해 보이고, 또 감정에 무덤덤해 보이는 그녀는
사실 그 누구보다도 약하고 여린 존재라는 건 나 역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달래줄 사람은 내가 아니라는 것 또한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내가 선택한 길, 곧 내게 예정되어진 운명이
모두 내 확신 속에서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오직 그 뿐이다.
후회 없이 내 선택을 내가 믿고 만족할 수 있기를 바란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13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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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ahon2002-06-24 22:01:15
미친인간 놀자고 해서 놀아줬더니 이제와서 딴소리냐 --;

 yahon2002-06-24 22:01:41
난 단지 재미도 없던 타자방에서 타자쳤던것뿐이 없다.

 yahon2002-06-24 22:02:32
괜히 나를 걸고 넘어갈 생각 하지 말거라. --;

 achor2002-06-24 22:11:22
타자도 못 치는 주제에 말도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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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