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 임요한, 최연성 (2010-04-01)

작성자  
   achor ( Hit: 3587 Vote: 9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문화

케이블TV가 나오던 시절에는,
스타크래프트 보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그 시절에는 으례 스타를 보면서 잠들기 일쑤였고,
특별한 날 TV에서 엄청난 대작을 선보인다 하여도 내 선택은 스타이곤 했다.

그렇지만 오묘하게도
스타를 잘 하지는 못했었다.

요즘도 종종 당구 좀 치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면 난 당구 대신 스타를 하는 사람이었노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지만
부족한 실력을 통탄하며 그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 있다.


강민을 가장 좋아했다.
그의 창의적인 시도들이 좋았다.

까짓 거 져도 좋다.
그러나 경기 자체는 특별해야 한다.

몽상가라 불렸던 강민은 그런 면에서 탁월한 선수였었다.
구태의연한 표준형 빌드를 파괴해 나가는 그의 모습에 열광했었고,
끊임 없는 도전과 노력으로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환호했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일상이 분주해 지고, 스타에 대한 내 관심이 사라지는 것과 함께
강민의 전성기도 져물어 갔었다.


임요한, 최연성.
힘껏 응원하던 이들은 아니었지만 당대 절대적인 지존의 위치에 올랐던 인물들이다.
임요한은 TV CF도 찍었을 만큼 유명하니 굳이 설명이 필요없겠고,
최연성은 당시 어찌나 압도적인 실력을 갖췄던지 지금까지도 그를 이길 이는 없을 것만 같은 잔상이 있다.

이들이 모였다는 기사다.
나와 함께 젊음을 공유한, 이제는 무대에서 내려온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옛 추억도 떠오르고 그러더라.

좋은 기사라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함에도 불구하고 옮겨 놓는다.
봐주리라 믿는다. -__-;

기사 중 임요한의 말이 있다.
언젠가 SK의 임요한, KT의 강민이 선수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또다시 멋진 승부를 펼치길 기대해 본다.


까짓 거 실패해도 좋다.
그러나 삶 자체는 이상을 향한 정진이어야 한다.
어쩐지 추노의 송태하적인 삶 같기도 하다.

아. 목요일.
추노도 그립다...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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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강민과 최연성, 그리고 임요환이 말했다

포모스 | 입력 2010.04.01 13:14

[포모스 강영훈 기자]SK텔레콤 워크숍 강연의 화두였던 '즐거움'에 관하여
즐겨라, 즐거워라, 즐거워하라
'황제'의 '꿈'을 꾸던 '괴물'이 용사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왜 즐거워하지 않느냐'고.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고 하니 먼저 지난 30, 31일 있었던 SK텔레콤 T1의 워크숍 중에 있었던 강연을 소개하고 넘어가야겠다. 최근 위너스 리그를 끝내고 4라운드 시작 전 잠깐 짬을 내 워크숍, 단합대회 등을 다녀오는 팀들이 많다. T1 역시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SK텔레콤 미래경영연수원에서 1박 2일 동안 워크숍을 진행했고 나도 취재차 동행했다.

e스포츠 전문 매체에 있다 보니 프로게임단들의 이런 워크숍을 동행 취재하는 경우가 꽤 많은데 이번 워크숍은 바로 앞서 얘기했던 강연 때문인지 조금 특별한 시간으로 남았다.

SK텔레콤 T1은 다른 게임단에는 아예 없거나 있어도 하나 있으면 대단할 타이틀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유일한 팀이다. 바로 '본좌'라는 타이틀. 임요환과 최연성, '임이최마' 중의 '임최'가 바로 이들이다. 물론 지금은 한 명은 코치, 또 한 명은 엔트리에 거의 포함되지 못하는 원로에 가깝지만 이들의 팀 내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마침 이번 워크숍 일정 중에는 다가오는 4라운드를 대비해 팀 운영 방안 및 종족별 분과 토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 시간을 통해 최연성 코치의 짤막한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또, 이튿날 강사로 초빙된 강민 해설은 꽤 긴 시간 동안 열정적인 강연을 했고 이는 결국 '테란의 황제' 임요환까지 마이크를 들게 만들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세 명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고 유용했다. 프로게이머도 아닌 내가 이런 선배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SK텔레콤의 선수들이 부러워 죽을 지경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이들이 무릎을 탁 칠 정도로 뛰어난 말솜씨를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 명 모두 e스포츠계의 산증인 아닌가? 모름지기 똑 같은 이야기도 경험에서 우러나올 때 가장 설득력이 있고 진솔한 강연이 되는 법. 이들의 금쪽같은 이야기을 모두 소개할 순 없지만 이들 세 명의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아우르는 화두가 하나 있었으니, 그 날 워크숍에 없었던 다른 프로게이머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눠 보고자 한다.

바로 '즐거움'에 관한 이야기다.

'괴물테란' 최연성
먼저 최연성은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자신이 게임을 '즐겼을 때'와 '그렇지 못했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났는지를 후배들에게 담담하게 풀어놨다. 그러면서 최근 가장 잘하고 있는 선수인 이영호가 인터뷰에서 '깨달았다'는 얘기를 했던 것에 대해 공감한다고 했다. 자신이 한창 잘하고 있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으면서 게임을 했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괴물' 최연성의 전성기를 떠올려 보면 지금의 이영호가 부럽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 최연성은 자신이 한창 잘했을 당시 게임이 너무나 즐거워서 계속 연습만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계속 연습만 하게 되니까 실력이 늘면서 계속 이기게 되고, 계속 이기다 보니 우승을 하게 되고, 한 번 우승을 하니까 또 우승하기는 어렵지 않았단다. 게임을 즐기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고 또 이런 결과는 계속해서 게임을 즐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반면 악순환의 경험도 있었다. 자신이 인터뷰에서도 밝힌 적이 있지만 '이기기 위한 게임에 지쳤다'고 얘기했을 정도로 대단했던 최연성이었지만 '이룰 것을 다 이뤘다'는 착각에 빠져 슬럼프를 맞았고 점점 게임에서 지는 횟수가 늘어나게 됐다. 승부욕이 강해 지는 것을 워낙 싫어하다 보니 게임 자체가 하기 싫었고 게임을 하기 싫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연습량이 줄었다. 연습량이 줄어드니 실력도 계속 줄었고 그러다 보니 게임만 하면 계속 졌다. 아까와는 반대로 게임을 즐기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실제로 최연성은 고민 끝에 은퇴를 생각한 뒤 은퇴까지 몇 경기를 더 할 수 있는지 속으로 세어 봤단다.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개인리그와 프로리그를 합쳐 대략 20경기를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것저것 다 해보자는 심정으로 다시 재미를 갖고 연습을 할 수 있었고, 그 당시에 MSL에서 뛰어난 테란전을 선보이던 이성은을 꺾는 등 실제로 성과를 내기도 했다. 결국 최연성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게 만든 것도 '게임을 즐기는 마인드'였던 것이다.

최연성은 후배들에게 지금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지를 물었다. 즐겁지 않고 힘들다면 계속 힘들 거라고 냉정하게 얘기했다. 즐기기 위한 방법에는 당연히 한 가지의 덕목이 붙어야 한다. 바로 '끈기'다. 자신도 연습생 시절에 힘들어서 포기하고 내려갈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끈기를 가지고 그 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결국은 재미있게 게임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선순환과 악순환의 사이클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들려준 최연성은 누구나 상승세와 하락세를 반복하지만 상승세에서 '벽'을 깨고 한 단계 더 올라가는 것과 하락세에서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쪽에서 벽을 깨면 우승을 할 수 있고 바닥에서 그냥 주저 앉는다면 프로게이머 인생은 거기서 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몽상가' 강민
다음으로 '몽상가' 강민 해설이 언급한 즐거움은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의 즐거움'이다. 예를 들어 지금 프로게이머들이 이영호를 만나게 된다면 위축되거나 겁내지 말고 오히려 설레야 한다는 것이다.

강민은 임요환을 상대로 상대전적에서 앞설 수 있었던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강민은 누구나 두려워할 수 밖에 없었던 임요환을 대회에서 만나게 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고 했다. 물론 '저 선수는 너무 잘하니까'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생기기 쉽지만 그 두려움을 즐거움으로 바꿀 수 있을 때 비로소 승리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여기에도 전제 조건이 붙는다. 이른바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으로 평소에 '독기'를 품고 열심히 연습한 사람에 한해서 이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당연한 얘기지만 처절하게 노력했던 사람의 입에서 나온 얘기라서 그런지 가슴에 와 닿았다.

실제로 강민은 지독한 연습벌레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강민은 이 밖에도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노하우 중 하나의 빌드로 여러 가지 무기를 갖추는 방법 등 '몽상가'다운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내용은 기회가 된다면 다음 번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
마지막으로 '영원한 황제' 임요환의 강연은 예정에 없었지만 강민의 강연이 끝난 뒤에 자신이 직접 요청해 이루어졌다. 이른바 강민에 대한'피드백'인 셈이다. 임요환 역시 최고의 전략가답게 많은 얘기를 했지만 우선 시작이 일품이었다. '이제 우리 팀만의 시간을 갖겠다'고 강민에게 양해를 구한 뒤 강민이 나간 세미나실에서 SK텔레콤 선수들에게 곧바로"지금 강연한 강민 해설이 선수로 복귀한다면 어디일 것 같나. 바로 KT 소속이다. 지금 적장이 와서 조언을 해주고 있는데 눈을 똑바로 뜨지는 못할 망정 졸고 있는 선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며 따끔하게 일침을 놓은 뒤 후배들을 주목시킨 것.

임요환은 독기와 즐거움을 동반해야 한다는 강민의 얘기를 가지고 선수들에게 되물었다. "독기를 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럼 그게 어떻게 즐거울 수 있겠느냐"라고. 예를 들어 대부분의 선수들이 게임 이외에 웹서핑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너희가 좋아하는 인터넷 웹서핑을 하지 못하고 게임만 한다고 해도 '즐거울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섣불리 대답하는 선수들이 없는 가운데 임요환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게임만 하는 것이 마냥 즐거울 리 없었던 자신도 그 가운데서 즐거움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게 바로 '임요환의 드랍십'으로 대표되는 '전략'이었다고. 임요환은 자신이 만든 전략으로 대회에서 승리를 거두고 팬들에게 그런 경기를 보여줬을 때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요환은 자신이 그렇게 방법을 찾았듯이 각자 자신에게 맞는 게임 속 즐거움을 계속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임요환은 아직까지도 테란의 '누클리어'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데 가장 열심인 선수다. 또 임요환은 이기기 위해 '양산형' 맵에서의 '최적화'된 빌드를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힘들지만 최소한 그에 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국 세 명 모두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는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를 공통적으로 한 셈이지만 여기에 최연성은 '끈기'를 강민은 '독기'를, 임요환은 이 모두를 아울러 자신만의 '노하우'를 더해야 한다고 조언을 해 준 것이다.

본좌 가라사대, '즐겨라'
"재능 있는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 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어찌 보면 참 간단한 얘기지만 힘든 현실을 즐기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우리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들이여, 지금 이 시간에도 '괴물' 같은 포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꿈'꾸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자신의 현재 상태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평가하라. 그리고 즐겨라. 본좌들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는 즐겨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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