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끄적끄적 74 (1999-08-25)

작성자  
   achor ( Hit: 458 Vote: 6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끄적끄적

『칼사사 게시판』 33997번
 제  목:(아처) 끄적끄적 74                            
 올린이:achor   (권아처  )    99/08/25 16:26    읽음: 6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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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학원에서...

        드디어 선영이 같이 일하게  됐다. 내 적극적인 추천에 의
      해 성사된 일인데 이 사악한 선영은 당연한 소개비, 첫 월급
      의 50%를 주지 않으려 한다. --;

        모야모양,이 어느새 모선생님,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저 
      유치했던 선영이 아주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을 가르
      친다. 우습다. 병신 같다. --+

        어색하게 모선생님, 불러본다. 서로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
      하다. 아이들의 표정에는 저 선생님들 무언가 이상하다는 기
      운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여전히 모선생님.

        친구가 직장동료가  되고, 또 직장동료가  친구가 되고...
      이상하다거나 어색할 건 하나도  없다. 그저 상황에 따라 부
      르는 명칭만 바꿔주면 되는 일이다.

        어쨌든 학원생활이 예전보다도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 게
      다가 난 늙어빠진 원장을 제외한다면 학원의 유일한 XY. ^^*








        2. 뚱땡이

        - Prolog

        궁색한 변명이란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난 정말 
      이런 타인의  인격모독적인 이야기로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일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다. 초등학생 시절 한 친구가 
      자신의 어머니를  희화화하여 너스레를 떨던  모습을 기억한
      다. 그 시절엔 어머니에  대한 자식의 그런 모습이 비윤리적
      으로 비쳤었는데 중학생 시절부턴  그럴 수는 있다고 생각했
      다. 어머니는 자신과 동일한만큼  아주 소중한 존재이다. 자
      신만큼, 누구보다도 소중하다는 걸 알기에 가득 애정을 담은 
      우스개가 되어버리는 게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애정이 결핍
      된 상태에서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내뿜는 사람들은 역시 최
      하의 분류에 속하는 인간이다.  그런 사람들의 자만감, 그리
      고 자신이 희화화되기를 원치 않으면서도 타인을 희화화하려
      는 이기적인 면, 그런 인간들은 정말 넌덜머리가 난다. 짜증
      이 난다.

        그래서 내 변명은 궁색할 수밖에 없는 게다.
        이런 지루하고도 거창한 핑계를 대면서도 이러고 있으니.







        구청에서 학원으로 가는 17시  30분. 103-1번 버스에는 항
      상 한 아이와 두 명의 아주머니가 탄다. 커다랗고 동그란 안
      경을 낀 20살 가량 먹어보이는 한 뚱땡이와 전형적인 아줌마
      의 모습, 부연하자면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어 처녀 때 허리
      둘레의 두 배를 가뿐히 뛰어넘은 인덕을 소유한 채 부끄러움
      도 수줍움도 모두 잃어버린 아줌마, 그리고 마지막으론 다소 
      말랐지만 얼굴에 삶이 힘들었음을  고스라니 담고 있는 듯한 
      아줌마와 할머니의 중간단계. 이렇게 셋이 버스에서 나와 같
      이 버스를 타는 사람들 중 일부이다.

        물론 처음엔  이들이 타든 말든 의식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무슨 운명의 저주인지 매일 그녀들을 접하게 되니 얼
      굴이 익숙해지게 되어버린 게다. 게다가 더욱 비극적인 것은 
      항상 나와 앉는 자리가 뒷자리로 비슷하여 대개 내 앞, 뒤에
      서 그 커다란 몸매와 목소리로 날 고통스럽게 한다. 정말 최
      악인 것은 그녀들이 홀수인  탓에 좌석이 2개 붙어있는 도시
      형버스에서는 내 옆에 젊은  뚱땡이가 앉는 일까지 벌어지고 
      만다는 사실이다. 아, 젠장.

        처음엔 살짝 엉덩이를 의자에 걸치는 듯 하지만 버스가 커
      브를 틀 때를 기회삼아 엉덩이를 슬쩍 내게 밀어온다. 욱!

        이유가 없다.  내가 그녀들을 싫어할 아무런  이유가 없단 
      말이다.

        그런데 싫다. 내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도 않을뿐더러, 나
      와 상관없는 자신의 갈 길을 가는 것뿐인데도 너무 싫다.

        가끔 이유없이 미움의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제 조금 더  일찍 퇴근하는 특혜를 
      얻어내어 앞으로  다시는 그녀들을 보지 않아도  될 거란 사
      실. ^^*









        3. 전화번호 정리를 하며...

        PCS가 살아난  지 좀 되었지만 이제서야  전화번호 정리를 
      했다. 내 Jita는 영원히 변치  않는 여인답게 1년 전 무렵의 
      기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이제 삐삐는 중,고등학
      생들의 장난감이 되어버렸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리에겐 
      아주 소중한 소식전달의  매개체였다. Jita는 낯익은 이름에 
      낯선 삐삐번호들이 부여해 놓고 있었다.

        하나하나 지워가며 새로운 번호를 입력하면서 왠지 서글픈 
      느낌이 들어왔다. 마치 내  손으로 한 생명을 소멸시켜 버리
      는 느낌이 들었던 게다.

        이제는 연락이 끊긴, 새로운  번호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번호는 아무리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번호라 
      하더라도 지워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들과 나
      를 이어주는 유일한 추억의 끈을 냉정하게 끊어버리는 것 같
      았다. 이제는 아무 소용 없는 끈인데도 말이다.

        이 사소한 번호 하나에 얽매여있는 내 모습이 소심하게 느
      껴졌다. 가끔은 추억에 연연하기 보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새로운 보폭으로 걸어가고 싶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는 당연한 명제를 아무  느낌 없이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지 못하기에 이별은 항상  내 영원한 아쉬움과 추억이 
      되어 날 우울하게 한다.

        4. about Jita

        Jita를 반드시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의무사용기간이 끝났
      음을 알아챈 건 꽤 오래된  일이다. 아직 한참 남았는 줄 알
      았는데 2년이란 시간이 벌써 흘러버렸나 보다.

        그러니 이제는 Jita의 정신만  간직한 채로 육체를 바꿔줄 
      수 있단 얘기가 된다.  그런데 그래야지 하면서도 자꾸 주저
      하게 된다. Jita를 데리고  있어야만 했던 시간동안 이미 난 
      Jita에게 깊이 정들어버렸나 보다.

        사실 Jita는 정말 문제가  많긴 하다. 30분만 통화하면 침
      묵하는 배터리, 주위에 조금  높은 빌딩만 있어도 터지지 않
      는 특별한 수신력, 문자나  음성이 왔다는 표시는 내 충실한 
      비서답게 Jita 스스로 선별해서 내게 알려주질 않나... 쩝.

        그럼에도 난 쉽게 Jita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게다.

        情...
        情으로부터 이렇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내가 과거에 
      얽매이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도 난,
        의식적으로 벗어나려 하기보다는  담담하게 감정을 따르고 
      싶다.

                                                            98-9220340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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