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200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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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027 Vote: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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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잠들어 깨어나 보니 오후다.
이미 내 고요하고 평온한 휴일은 많이 흘러가 버렸지만 나는 지금의 이 차분한 느낌이 아주 좋다.

적어도 지금의 내 삶은 음악이 지배하고 있다.
며칠 전부터 내내 듣고 있는 summer's over는 나를 항상 슬픈 감정에 빠져들게 한다.
이 노래를 더 이상 듣지 않고, TV에서 흘러나오는 코메디나 본다면 나는 다시 유쾌해질 것이 분명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이 슬픈 느낌은 사랑하는 여름이 가고 있는 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의다.



어제는 신촌의 캠브리지 호프를 찾았다.
여전히 늦게 일어나 9시가 넘어 도착한 그곳에는 옛 기억 속의 주인 아주머니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 젊은 날의 고독한 증인이라도 되듯이
어느새 그 검던 머리가 다소 희끗희끗하게 변한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셨다.
서로 본 지는 아주 오래 됐지만
그녀는 내가 나의 젊은 날을 미화하여 아주 멋진 영웅담으로 만들어 낸다 하여도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환한 미소로 오랜만의 재회를 축하하였다.

나는 기뻤다.
그것은 단순히 어느 가게 주인이 나를 알아서 조금 더 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데에서 기인하는,
그런 숫자적인 기쁨이 아니다.
어쩌면 내 삶을 기형적으로 바꿔버렸을 지도 모르는 그 시절의 결정을 지켜봐 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유쾌한 젊음을 누렸는지에 대한 증인이 실존한다는 나의 안도감이었다.

단골 술집의 주인 아주머니가 나를 기억해 준다는 사실은
내가 지금의 긴 머리를 자르거나 구김 없는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둘러 매고 있다 하여도
내 젊음은 그렇지 않았다고, 내가 나의 젊음을 위하여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항변할 수 있는 나의 증거였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다.
나는 다음 주부터 착실히 학교에 갈 것이고, 밤에 잠들어 아침에 일어날 것이다.
또한 조금은 외롭겠지만 혼자서도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때로는 홀로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게 될 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착한 후배 여자 아이를 만나 도움을 받게 될 지도 모른다.

선지에게 물을 주고,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한 후 신문을 보다가 잠들어
(yahon이나 miki가 동내 편의점에 앉아 맥주 한 잔 하자고 하면 할 수도 있다)
아침에는 이빨을 닦고 가방을 걸치고 학교로 가면 된다.

어려운 일은 하나도 없다.
내일은 (반드시) 해낸다. --;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116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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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ahon2002-09-08 18:56:58
과연..--;

 bothers2002-09-09 14:51:59
절대불가에 한표. -_-

 vluez2002-09-09 15:35:44
앗~! 이런 확률높은 투표는 나도 하는 건데.. 이미 오늘이네...

 achor2002-09-09 16:13:55
음허허. 이미 학교에 다녀왔노라. ^^v

 miki2002-09-10 18:05:03
꼭 성공하길 바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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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